♧60년 지기의 배신
"너 이렇게 나올 거냐?
제발 부탁이다.
너 장가보내고 나면
우리도 편하게 지내고 싶어.
아니면 독립이라도 해라.
언제까지 나이 든 엄마가
뒤치다꺼리 해 줘야겠니?"
"언제는 제가 집에 있어서
좋다고 하시더니
이젠 장가가라, 집에서 나가라
내쫓으려고 하세요?
저 결혼 생각 없어요.
형 결혼했으면 됐죠.
더 욕심내지 마세요."
"왜 장가를 안 간다고 해?
엄마 쓰러지는 거 보려고 이러니?
네가 뭐가 못나서
결혼을 안 한다는 거야
직업 좋아 큰 키에 인물 잘생겨
너 보다 키 작은 형도 저렇게 결혼했다.
엄마 친구 덕순 이모 알지?
조카가 있는데 다 마음에 들더라
한 번만 만나 보자
만나 보고 싫다고 하면
엄마가 선 보자고 안 할게
결혼 안 하는 건 반대지만
네가 좋은 사람 생겼다고
할 때까지 기다릴게. 어때?
우리 협상하자."
"엄마 협상이란 말도
다 하시고... 알았어요.
이게 마지막이에요. 아셨죠?"
큰아들은 작은 키에
그냥 평범한 얼굴인데
좋은 며느리를 만나 결혼 잘했다는
말을 들으며 잘 살고 있습니다.
직업이 변호사라
그래서였을 수도 있지만
처음에 변호사란 말을 안 했으니
며느리가 말한 첫인상이
성격이 유하고
다정한 큰아들이 마음에
들었다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아들도
좋은 여자와 결혼하길
욕심을 낸 것 같네요.
작은 아들이 제 소개로
호텔 레스토랑에서
제 친구의 조카를 만났죠.
나이 차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4살 차이였고요.
저는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이미 봤기 때문에
다 마음에 들어서 제 아들과
소개팅을 주선한 것이지요.
정말 놓치기 싫었습니다.
제 아들 이야기를 친구가 꺼냈을 때
사진이 있느냐 묻길래
휴대전화에서 사진을
찾아 보여주자 연예인이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리고는 만나 보고 싶다고 했고요.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아들은 제 협상에 약속을 지켰습니다.
저는 친구와 인사만 하고
바로 나와서 근처 식당에서
기분 좋게 식사하며 잘 되기를
바라며 기다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정민철입니다.
이런 자리 좋아하지 않는데
어머니가 자랑을 하셔서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서 나왔습니다.
저는 비혼주의는 아니지만
운명을 믿어서
가끔 현실에서 일어날까
생각하면서도 믿고 산답니다.
미리 아셨으면 해서 말씀드립니다."
"저는 박현주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저도 비혼주의는 아닌데
꼭 결혼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나이만 먹었네요.
저는 별 세 개 회사에 다녀요.
내과 의사라는 말 들었습니다.
그 인물에 그 직업에
왜 여자친구도 없으시고
결혼은 더 생각이 없다고
하시는지 궁금해서 나왔어요."
"저는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어머니는 형이 결혼해서
잘 사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결혼했으면 하고
더 조르시는 것 같네요.
왜 결혼 안 하셨어요?
바빴다는 말 말고요."
"저 파혼했어요.
처음부터 반대하셨는데
결혼 준비 과정에서
집안 차이가 너무 난다고.
집안 때문에 파혼했어요.
청첩장 다 돌렸는데 황당했죠 뭐.
제가 내세울 건
대기업 다니는 것밖에
없다고 흉보시더라고요.
그래서 헤어졌어요.
파혼당한 거죠.
그래서 결혼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어요.
그런 과정을 또 겪기 싫어서
거절하고 있었죠.
그런데 저는 왜?"
"이모가 좋은 분이라고 하셨거든요.
제가 이모 집에서 몇 번 뵈었는데
저를 예쁘게 봐주시더라고요.
집안 다 알고 계실 텐데.
외가가 회사도 있고 해서
워낙 돈에 신경 안 쓰시는 집안이라.
엄마도 그런 걸로 차별하지 않으세요.
돈은 필요한 만큼 벌어서 쓰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
집안이 어렵다고 들었어도
신경 안 쓰셨을 거예요.
그 사람 자체를 보시죠.
제일 많이 보는 게 성격이세요.
어머니가 칭찬하신 것은
대단한 건데, 어머니 마음에 드는
성격은 자기 할 말 다 하는 사람이라
저는 처음에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다 마음에 들더라
하셔서 궁금했어요.
대화해 보니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하신 이유를 알 것 같네요."
"그런가요? 어쨌든 기분은 좋네요.
여자 친구는 언제?"
"대학 다닐 때 첫사랑과 4년 사귀고
헤어진 후 없습니다.
다 거절했어요.
마음에 와닿는 사람도 없었고요.
식사하셔야죠?
저녁 식사할까요?
진작 물었어야 했는데
미안해요."
아들의 소개팅은
성공적이었나 봅니다.
저녁 식사 후 한 잔 마시고
늦게 집에 왔더군요.
어땠는지 물어보는
저의 간절한 눈빛에
환한 불을 밝혀 주는
대답을 해주더군요.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말이지요.
"좋은 사람이지?
나는 무척 마음에 들더구나.
너도 그렇지?
여자는 여자가 아는 법이야.
다음에 만나면 저녁은
집으로 와서 같이 먹자.
내가 맛있는 식사 준비할게. 괜찮지?"
"어머니 천천히 봐요.
오늘 처음 만났어요.
저는 아직 뭘 결정한 게 없어요.
좋은 사람일지 어떤 사람인지
만나 보긴 하겠지만
제 생각엔 어머니가
좋게 보시는 것만큼
좋은 여자로 보이진 않았어요.
몇 번 만나보고 결정할게요.
계속 사귀겠다고 결정하면
집으로 데리고 오겠습니다.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제 마음과 달리 아들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40살인 아들이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결혼하길 바랐기
때문에 많이 기대를 했었네요.
그 아가씨도 나이가 있으니
좋은 생각을 해주길 바랐고요.
돌아오는 주말에
아들은 약속이 있다며
늦게 들어올 거라고 했습니다.
그 아가씨를 만나러 간다고 했고요.
그날 이후 자주 만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당연히 기분이 좋았죠.
저는 아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
생각했고 부담을 주지 말자
생각해서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말해주기 전엔
먼저 물어보는 걸 하지 않았습니다.
몇 달 시간이 지나가면서
아들은 이제 여자친구가 생긴
남자처럼 행동하고 다니더군요.
친구가 잘 진행되고 있고
조카가 결혼 생각하더라
자주 만난다는 그 말을
들었기도 해서 궁금했지만
몇 달은 더 참고 지냈습니다.
친구와 자주 만났고요.
작은 아들이 자주 데이트를 하길래
결혼도 금방 한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 아가씨 마음도 궁금해서 친구 집에
전화 없이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주말 낮에 정육점에 들러
한우 선물 세트도 사고
과일도 사서 친구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놀래주려고 전화 없이 왔기에
집에 있을까 걱정하며 걸어가고 있었죠.
그때 보지 말아야 할 광경을
보고 말았습니다.
친구와 친구의 아들이
마트에 가려고 나왔는지
아파트 입구에 서 있었고
두 사람에게 다가가는 한 여자가 보였죠.
친구의 조카이고 제 아들과 만나고
있는 현주라는 아가씨였습니다.
달려가더니 친구에게
잠시 뭐라고 이야기하다가
옆에 서 있는 저도
너무 잘 아는 친구의 아들
종식이에게 가더니
입을 쪽 하고 맞추는 겁니다.
사촌 간의 입맞춤이 아닌
연인의 키스였네요.
너무 놀라 들고 있던 한우를
떨어뜨릴 뻔했습니다.
온몸이 떨려왔습니다.
제가 아는 한 친구의 아들에겐
여자친구가 없었습니다.
예전에 1년 정도 동거한 적이 있는데
헤어진 걸로 알고 있고요.
얼굴을 본 적 없어서
누구인지는 모릅니다.
그때 생각나는 게 있었죠.
친구가 한 말 중에 아들이 동거했던
여자를 못 잊어서 힘들어한다.
그래서 그 여자한테 용서를 빌고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 말까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럼 다시 만난 여자가 조카라고 속인
저 아가씨란 말인가 생각이 들더군요.
왜? 도대체 왜?
나한테 왜 그랬을까?
배신당한 기분이었고
그 아가씨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생각하며 분노로 돌아왔네요.
감히 나와 내 아들을 우롱해?
우리 집안의 사기를 쳐?
친구가 한동안 힘들어했고
아들이 하던 사업이 망해 빚 갚는다고
저에게 큰돈을 빌려간 적도 있고
이후로도 해줬기에 돈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친구라 믿고 여러 번 돈을 해줬는데
그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죠.
아들한테 이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면서
우선 변호사인 아들을 만나
진실을 말하고 의논했습니다.
"어머니 저한테 맡기세요.
제가 사람 시켜서
알아보고 말씀드릴게요.
감히 우리 집안을 뭘로 보고
이따위 짓을 하는지 괘씸하네요.
알아보고 가만 안 둘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그때를 생각하면
숨이 안 쉬어지는구나.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내가 덕순이한테
어떻게 했는데?
나를, 나를 어찌 보고 사기를 쳐?
가만두지 않을 거다.
결혼 안 한다는 애를
겨우 내보냈는데
네 동생 마음에 상처받아서
다시는 여자 안 만난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
니 동생 생각해서 조용히 처리해 다오.
갑자기 싫어져서 떠났다고 할까?
뭐라고 하지?"
"애도 아니고 그런 일로
달라질 놈 아니에요.
첫사랑인가 뭔가 헤어지고
너무 심하게 이별 병을 알아서 그래요.
그 자식 순정파잖아요.
지금 만나는 사람은
알아 가는 중인 것 같던데
깊은 사이도 아니고 걱정하지 마세요.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만나긴 하지만 좋아하는
감정도 아직 안 생겼다고 했어요."
큰아들은 별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 가슴만 타 들어갔죠.
내가 괜히 잘 알아보지도 않고
결혼 생각도 없는 아들한테
강요를 했구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가는 어느 날
큰아들이 며느리와 함께 집에 왔고
작은 아들이 퇴근하길
기다렸다가 말을 꺼냈습니다.
큰아들 말로는 제 친구 집이
넘어가게 생겼고
조카라는 여자는 아들의
동거녀가 맞다고 했습니다.
사기 전과가 있는 여자인데
두 사람이 계획하고
돈 많은 저를 노린 거라고 하더군요.
작은 아들 결혼하면 건물 한 채 주면서
병원 이전 시킬 거라는 말을 들은 후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집 재산을 노리고
계획한 범죄였던 겁니다.
증거는 흥신소란 곳에서
많이 가져왔지만
제 친구의 입으로 범행을
인정하는 말이 필요하다고
해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만나야 하고 말고요.
작은 아들이 듣고
많이 놀라긴 했지만
돈이 나간 것도 아니고
사기당한 것도 아직 없으니
괜찮다고 했습니다.
애도 아니고 그런 일로
놀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몇 번 만나는 동안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아
의심은 했다고 하더군요.
늘 불안한 표정과 안절부절 못 하는
행동에서 무슨 일이 있구나
생각은 했다고 했고요.
작은 아들한테 선보라고 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괜찮다고 해줬습니다.
큰아들한테만 말했는데
작은 아들한테 못한 말이 있습니다.
친구가 잘 될 것 같다고 해서
결혼 비용과 제 앞으로 된
건물 3층에 친구와 아들
사무실을 무료로 줬고
인테리어 비용도 빌려줬죠.
억대가 나갔고 작은아들한테는
차마 말하기 어려워
큰아들과 비밀로 했습니다.
친구니까 믿었죠.
결혼이 잘 될 것 같다고 했거든요.
다음날 저는 혼자 갈 용기는 없어서
변호사인 큰아들과 같이
친구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저와 제 아들을 반기더군요.
큰아들까지 어쩐 일이냐
오히려 호들갑에 무언가
불안해하긴 했습니다.
"큰아들과 나온 건 오랜만이네.
어떻게 시간이 됐나 봐.
네 아들은 참 다정하기도 하지.
엄마 친구 만나러 가는데
같이 와주고 말이야
커피라도 줄까?"
"커피는 됐어...
와서 앉아 이야기 좀 하자.
내가 무슨 말할지
너 알고 있지?"
"무슨 말? 우리 조카랑
내 아들이랑 잘 만나고 있던데
그래서 결혼하고 싶다고 했니?
두 사람 잘 어울리지?
결혼하면 잘 살 거야
그래 뭐라고 하던?"
"너 대단하다..
내가 네 눈에는 우스웠니?
나는 오랫동안 널 만나왔고
너 힘들 때 돈도 빌려줬어.
좋은 거 있으면 너 챙겨줬고.
진심으로 친구라고
생각하고 대했는데
너한테 나는 친구가 아니었구나.
네 조카도 아니면서
조카라고 속이고
내 아들과 결혼시키려고 했다니
너 참 무서운 애다.
무슨 마음으로 그런 일을 꾸민 거니?
네 속이 궁금하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조카를 조카라고 하지.
얘는... 왜 이상한 말을 하고 그래?
결혼 이야기하러 온 거 아니었어?"
"다 알고 왔어!
그 애 네 조카 아니잖아.
네 아들과 동거하다 헤어졌던
사기범이잖아.
내 큰아들이 변호사인 거
잊지 않았지?
너와 그 여자 애 고소할 거야.
친구한테 사기를 쳐.
그것도 자기 아들과 동거했던
범죄자를 대기업 다닌다고 속이고
조카라고 속여서
결혼시키려고 했어?
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사기를 치면 안 되는 거야
차라리 나한테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도와달라고 했어야지
너랑 나랑 1, 2년 친구냐?
60년이 넘은 평생 친구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그게 말이야..
그걸 다 안 거야? 미안하다...
너한테 어떻게 자꾸 손을 벌려
이미 많이 도와줬는데
그래서... 자식이 뭐라고...
사업이 망했다고 하더구나
와서 큰돈이 필요하다고
마지막 남은 집을 팔아서
달라고 하더라고... 이 집도
네가 도와줘서 겨우 지켰는데
다 갚지도 못하고 있는데
아들놈이 돈 때문에
내 집까지 팔자고 하니 속이 터졌지
동거했던 애가 하는 말이
나한테서 들은 친구 집이
부자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렇게 시작된 거야
결혼한다고 해서
돈을 뜯어내자고 말이야
자신 있다고 하면서
아들과 계획을 짰고
나한테 연결만 시켜달라고 했어
처음엔 반대했지만 자신 있다고 하면서
필요한 돈만 빼내면 된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아들놈 말에
넘어가고 말았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하면
이 일이 다 끝나니?
더 죄를 짓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내가 미리 알았으니
여기서 끝나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너 끝까지 갈 거였잖아
내가 너 만나러 왔다가
너 앞에서 조카라는 그 애가
네 아들 입에 입 맞추는 거 보고
수상하게 생각해서 큰아들한테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어.
그날 그 장면을 보지 않았더라면
내 아들과 결혼시켰겠지.
범죄자인 줄도 모르고 말이야.
자식이 나쁜 짓을 하면 말리는 게 부모지
어떻게 너는 같이 그 일을 저질러,
내 친구 맞니?
물에 빠진 사람 더 물속으로
밀어 넣고 싶진 않다.
돈은 나중에 갚아도 돼
그런데...
너와 친구는 오늘로 끝이야.
다신 보지 말자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네 눈엔 피 눈물 난다는 거 잊지 말고
네 아들 내 건물에서 나가야겠지?
그 여자애한테 결혼 비용 필요하다고
해서 준 돈 내놓으라고 해라
내가 다 알았다고 해..."
"경희야... 용서해 줘
내가 생각이 짧았어.
아들 일이라 아무 생각도 못 했던 것 같아.
정말 미안하다..."
큰아들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저 대신 말을 해줬고,
아들과 그 여자는
고소 진행할 거니까
그렇게 아시라고 하더군요.
언제 변호사 사무실에 나오셔서,
어머니가 빌려준 돈에 대해
어떻게 상환하실지.
구체적으로 서류 작성해 주고
가시라는 말도 덧붙였고요.
저는 큰아들 말이 끝나길 기다려
같이 친구 집을 나왔네요.
이후 소송 진행하는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용서해 달라고 집 앞에
찾아왔지만 만나지 않았어요.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서입니다.
친구 아들과 그 여자는
사기죄로 고소했고
그 여자는 사기 범죄가 있어
실형을 살게 됐고
친구 아들은 집행유예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친구 일로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몸도 마음도 약해진 저는
작은 아들 얼굴 보기가 미안해
한동안 고향에 가 있다 왔네요.
작은 아들이 걱정된다며 찾아왔지만
용서해 달라는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아들 미안해...
엄마가 잘 알아보지도 않고
친구 말이라 무조건 믿어 버렸네,
앞으로 너한테 선보라고 안 할게.
이번에 충격이 너무 커,
60년 넘은 친구도 나한테 사기를 치고,
사람을 믿기가 어려울 것 같아.
니 운명은 네가 찾아봐, 알았지?"
"어머니도 참, 어머니는 부모라
걱정으로 그러신 거잖아요.
저 아무렇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번에 그 여자 만나면서
운명을 만난 것 같아요.
죄는 미운데 좋은 일은 하고 간 것 같네요.
저 그 여자가 단골로 간다는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갔다가
지윤이 만났어요.
지윤이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는데
그 레스토랑 운영하면서
피아노 치고 있더라고요.
지윤이도 저 보고 많이 놀라 했지만
반가워했어요. 혼자더라고요.
그래서 만나고 있어요.
어머니가 제 운명은
제가 찾아보라고 하셨죠?
찾은 것 같네요.
그 여자한테 그만 만나자고
말하면서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시간이 좀 더 가면
그 여자는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지윤이랑 다시 시작해 보겠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그래서 그 여자가 그런 여자라고
해도 전혀 타격 없어요.
1도 타격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진작 말을 했어야지.
어떻게 너는 무슨 일이
생겨도 말을 안 하니?
그럼 내가 걱정을 덜 했을 것 아니니.
10년 감수했다.
그래 지윤이를 다시 만났다고?
얼마나 반가웠을까.
너 지윤이랑 헤어지고
사람 아닌 줄 알았는데.
나도 지윤이 보고 싶구나.
언제 그 레스토랑에 데려가 다오.
엄마 더 늙기 전에 좋은 것만
보여 주려 무나.
지윤이 그대로니?
그대로지?
워낙 동안인 애라 안 변했을 거야.
니들 왜 헤어졌던 거니?
너 사실대로 말 안 했잖아.
그냥 지윤이가 헤어지자고 했다고
헤어진 것만 말했잖아.
사실대로 말해봐."
"어머니 천천히 말씀하세요.
숨 넘어가세요.
지윤이 그대로 맞아요.
안 변했어요.
그때 지윤이가 헤어지자고 한 건
우리 집안과 차이가 너무 나서
지윤이 집에서 반대했어요.
공부도 더 해야 하고
동생 뒷바라지도 해야 해서
헤어진 거래요.
그리고 저 따라다니던 아버지
거래처 대표 딸 때문에
오해를 해서 헤어지기도 했고요.
그 애 혼자 저 좋아한 건데
아버지가 예뻐하셔서
결혼시킨다고 하니까
오해하고 갔죠.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데
그때 우리한테
그 일은 큰일이었거든요.
지윤이도 후회한다고 하더라고요.
유학 가서 안 돌아왔고
2년 전에 돌아와서
레스토랑 시작했다고 했어요.
피아노 학원은 적성에
안 맞을 것 같아서 요리 좋아하니까
시작했나 봐요.
거기서 피아노 쳐요.
지윤이 근사하더라고요.
지윤이 결혼도 안 했어요.
저도 혼자라고 했더니
운명 따지더니 기다렸냐
다시 만날 줄 알았냐 묻더라고요.
믿었다고 했죠.
봐요 어머니 운명 맞죠?"
"으이그... 그래 그 운명
이제 인정해 주마
지윤이나 잘 만나.
그때 알았더라면
내가 그 오해 풀어줬을 텐데
지금까지 긴 시간
서로 못 보고 이게 뭐니?
너는 왜 말을 안 해서....
제발 말 좀 해라.
그 여자애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결혼하는 줄 알았잖니."
"네, 어머니. 앞으로 뭐든
말씀드릴게요.
이번 주말에 지윤이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가시겠어요?
어머니 생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지윤이도 볼 겸
거기서 생신 파티 준비해 달라고
의논하러 가시겠어요?"
"그래도 괜찮겠니?
그러자. 그래 거기서
내 생일 파티 하자
너무 설렌다.
지윤이가 너무 궁금하네
주말 약속 절대 잊지 마.
나 준비한다."
작은 아들이 늘 밝게 다녔던
이유가 따로 있었더군요.
첫사랑 여자를 다시 만났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때 우리 집에 자주 왔었는데
헤어진 이유를 이제 알게 되다니
제 아들이지만 속을 잘 보이지 않는 애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른답니다.
의사가 되겠다고
의과대에 간다고 했던 것도
입학 전에 알았네요.
알아서 묵묵히 하는 아들이라
믿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의 조카를 만나고 있어
행복했던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첫사랑을 다시 만나
행복했던 것이었죠.
엄마라고 자식 속을
다 아는 건 아니잖아요.
두 아들이 제 속을 썩인 적도 없었고
늘 알아서 했기에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다 고마운 일인데 말이지요.
저는 주말 제 아들의 첫사랑
지윤이를 만났습니다.
제 손을 잡고 건강하시냐
잘 지내셨느냐 눈물을 보이는데
이런 게 사람 마음이고
진심이지 느꼈네요.
서로 안부 하다
몇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쉬는 날 우리 집에 와서 놀다 가는데
너무 행복하네요.
제가 부렸던 욕심은
이제 내지 않고 있어요.
자식한테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 대신 믿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제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주변을 돌아보고 있어요.
큰아들과 며느리가 봉사하는
단체에 같이 따라가거나
기부를 하기도 하고요.
남편이 늘 하던 말인데
제가 새겨야 했던 말이 다시 생각납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저를 안아주며 하던 말인데
'오늘도 무탈하게 보냅시다'라고요.
모두 무탈하게 보내시고 늘 행복하세요.
제 자식 이야기지만 나이가 드니
자식만 보고 살게 되어
속 이야기 털어놓습니다.
자식 인생은 자식 인생이니 지켜봐 주고
나쁜 길로 가지 않게 도와주는 정도가
딱 제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무탈하세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사연입니다.
오늘도 무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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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생 뒤치다꺼리 하다 원형 탈모까지 와서 이혼하자고 했더니 (2) | 2024.10.27 |
친정과 비교하며 똑같이 해 주길 바라는 시어머니 (7) | 2024.10.26 |
인공 수정해도 안 생기던 아이가 생겼다고 의심한 남편과 시어머니 (0) | 2024.10.26 |
시아버지 생신에 해외여행 못 보내드린다고 했더니 시부모님이 하신 말 (5) | 2024.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