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카 둘을 저한테 키우라고 한 시어머니
안녕하세요.
이제 겨울 찬바람에
따뜻한 곳을 찾게 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저는 서울시 자양동에 사는
'한여진'이라고 합니다.
이혼한 형님 때문에
한동안 시댁이 시끄러웠습니다.
저는 지금도 형님이 저질러
놓은 일들로 사실 힘이 듭니다.
왜 그런지 사연 들려 드리겠습니다.
형님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맞벌이로 해장국 집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해장국 집에
한 남자가 와서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고 왜 그랬는지
온 가족이 다 알게 되었습니다.
형님이 돈을 빌려서였죠.
식당이 힘들어지면서
형님은 단골손님들에게
돈을 빌리고 있었던 겁니다.
아주버님이 공기업에 다녀서
안정적인데 왜 돈이 필요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형님은 식당 단골손님 중 한 분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그걸 본 한 남자가 자신과도 사귀자
안 사귀면 집에 말한다고 했고,
사귀면서 돈을 뜯어내고 있었던 겁니다.
아무한테도 말 못 하고
형님은 당하고 계셨던 거고요.
처음 거짓말이 쌓이고 쌓여
태산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혼하면서 두 아이는
아주버님이 맡아서 키우기로 했고
형님이 일부 양육비를
보내기로 했는데,
형님은 사는 게 고단하다며
양육비를 보내지 않았고,
어느 순간 잠적해서 어디에 사는지
어느 곳에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죠.
형님 친정조차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형님이 우리에게 잊혔고,
아주버님이 어린 두 아이를
돌볼 수가 없어서 시어머니가
두 아이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피해는 저에게
불똥이 튀었네요.
시어머니도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허구한 날 저에게 맡기셨고
어린이집에 다니는 두 아이를
회사에 출근하는 제가 돌보기엔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남편이 도와주긴 했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였죠.
주말과 휴일에만 돌봐 주겠다고 해도
평소 저녁에 데려다 놓고 가시면
아침 출근할 때 가까이 사는 시댁에
데려다주고 출근하기를
반복하면서 지쳐버렸습니다.
한 아이도 아니고 두 아이를
회사에 다니면서 돌보기엔
너무 벅찼습니다.
시어머니는 어린이 집에 보낸 후
친구 분들과 놀러 다니시면서
당연히 제가 데리고 갈 거라고 생각하셔서,
더는 신경 쓰지 않으셨고요.
아주버님은 어머니와
제가 돌봐주고 있음에도 양육비
한 푼 내놓지 않으셨네요.
명절에 만나도 고생한다
고맙다는 말도 없었고요.
두 아이는 늘 눈치만 보며
지냈기에 마음이 아파 더 잘해주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저를 보고
아예 호적에 올리고 키우라는
말까지 하시더군요.
"어머니, 두 아이도
알 거 다 알아요.
제가 엄마가 아니고
작은엄마인 거 아는데
그게 되나요?
지금도 엄마 찾고 매일 우는데,
제가 너무 힘드네요.
두 아이 키우려면
우리는 애 낳는 거
포기해야 한다고요.
아주버님 두 아이 때문에
우리 아이를 포기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요.
저는 그렇게 못합니다.
전문 도우미를 찾아보세요.
집에서 상주하면서 돌봐 주니까
직장 다니는 저보다 훨씬 나을 거예요.
저는 휴일 정도는 봐줄 수 있는데,
그것도 출장이나 근무가 없을 때
이야기고 주말 출근도 가끔
있어서 쉽지가 않네요.
저 2년 동안 돌봐 준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누가 시조카 둘을
주말을 포기하고 2년을 봐주나요?
어머니 아직 정정하시고
놀러 다니시면서
왜 손자 둘을 못 본다고 하세요?
아주버님과 의논하셔서
돌봄 도우미 찾아보세요.
앞으로 맡기겠다, 키워라
이런 말씀하시면
저 시댁에 오는 거
생각 좀 해봐야겠네요."
"작은 엄마가 좀 키울 수도 있지!
뭐 대단한 거 했다고 오니 마니
그런 말을 하냐?
그럼 돌봄인가 뭔가
네가 좀 알아봐라.
내가 큰애한테 말하마. "
저는 집으로 오셔서 돌봐 주시는
이모님을 찾아 어머님께
소개해 드렸습니다.
집에서 같이 살 수 있는 분이셔서
어머님도 만족하셨고요.
아주버님 집으로 가셔서
그 이모님이 같이 사시면서
두 아이를 돌봐 주셨네요.
당연히 비용은
아주버님 몫이었죠.
그런데 그 비용을 우리한테
같이 보태라고 하시는 겁니다.
돌봐 주지 않고 이모 님을 구했으니
당연한 거라고 하길래 웃어버렸네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님도 아주버님도
온갖 욕을 다 퍼붓더군요.
남편은 우리가 아직 아이도 없고
돈 나갈 일 별로 없으니
매달 오십만 원만 보태 드리자 하길래,
당신 월급에서 알아서 보내라고 했고
저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했죠.
남편이 저보다 돈을 더 잘 벌고
생활비도 반반 부담이라
알아서 하라고 했네요.
내 자식도 아니고 시조카 키우는데
매달 오십만 원을 보내는
형제가 어디 있느냐,
생활이 어려운 사람도 아닌데
무슨 말이냐 화를 내버렸네요.
아주버님은 돈도 잘 벌면서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은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났고
저는 임신을 했습니다.
남편도 저도 많이 행복해했죠.
늦게 가진 아이라 조심하며
회사에 출근했고,
대부분 집에서 지냈습니다.
나이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잘 지내는 줄 알았던
시조카 둘과 이모 님이 다퉈서
이모 님이 떠났더군요.
엄마가 없는 자리를 나이가 있으신
이모 님이 채우려니
힘이 드셨던 것 같습니다.
두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은
아주버님을 보고 배웠고
매일 들른 시어머니가
오냐오냐 키워서
이모 님이 제대로 돌볼 수가
없었던 것 같았죠.
3년을 버틴 것도 대단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를 만난 이모 님은
시어머니의 도 넘는 잔소리에 지쳐서
더는 어렵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고맙다고 말씀드렸고
작은 봉투에 감사 인사로
얼마 드리고 왔네요.
"이모 님 고생 많으셨어요.
다음에 제가 아이 낳으면
이모 님과 인연을 맺고 싶네요.
우리 어머님이 잔소리가 좀 심하세요.
저도 지쳐버렸거든요.
좋은 마음으로 잊어버리세요.
너무 고생하셨어요."
자리에서 일어서는 저를 앉히더니
이모 님이 해줄 말이 있다고 하시면서,
인사하는 저에게 시어머니에 대해
한마디 해 주셨습니다.
이모 님이 들은 말이라고
하시면서 말이죠.
"새댁, 내가 고마워서
이 말은 해주고 갈게.
큰아들하고 그 시어머니가
하는 말을 내가 우연히 들었어.
여기 녹음도 해뒀거든.
들어 봐.
새댁한테 말해야 하나 망설였는데,
내가 오늘 먼저 보자고 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야.
그동안 나한테 잘해주고
해서 말해 주는 거야.
새댁도 새댁 앞 길 챙겨.
그 시어머니 대단하더구먼.
한숨만 나오네."
이모 님이 내민 휴대폰에서
들려온 내용은 이랬습니다.
"도저히 안될 것 같다.
이번에 둘째한테 맡기고
호적에 올리자.
너 만나는 여자 있다면서?
재혼하려면 두 아이가 걸릴 텐데
대책을 세워야지.
그래 집안이 좋다고?"
"네, 집안이 잘 살아요.
같은 회사 여직원인데
저한테 잘해요.
놓칠 수 없으니 어머니가
두 아이 해결해 주세요.
지 엄마 닮아서 정도 안 생기고
재혼하면 그 사람은
애 낳을 생각이라는 데,
없는 게 좋겠죠?"
"알았다. 고것이 데려다가
호적에 올리고 키우면
다 편하고 얼마나 좋니?
너도 이번에 재혼하면 좀 잘 살아.
나도 나이가 있어 힘들구나.
참, 네 아버지가 땅 판다고 하시더라.
그 돈 달라고 할 테니
집 이사할 준비하고 알았지?
서둘러서 재혼해.
좋은 사람 놓치지 말고.
둘째는 얼마 준다고 하고
내가 어떻게 구워삶아 보마.
임신을 해서 애 낳을 텐데...
그럼 더 안 키운다고 할 텐데
걱정이긴 하구나."
"임신 초기니까 어머니가 가서
시집살이 좀 시켜 보세요.
그럼 유산할 거고 애 없으니
우리 애들 키운다고 할 수도 있죠.
아버지 땅 판 돈에서
일부 주시고 애들 맡겨 보세요.
두 애 때문에 재혼해서
문제 생기면 곤란해요.
어디 보낼 수도 없고 난감하네요."
"그러면 되겠구나.
내가 가서 시집살이
좀 심하게 시켜야겠다.
안 그래도 집에 이불 빨래가 밀렸는데
시키고 우리 집에 와서 청소며
힘든 거 매일 하게 해야겠네.
그냥 오라고 하면 안 올 거야.
내가 아프다고 해야겠구나.
그런 방법이 있었네."
휴대전화에서 시어머니와
아주버님의 대화 내용을 듣는데
소름이 다 돋았습니다.
이모 님이 이런 사람 들이라고
하시면서, 두 아이가 불쌍해서
있었던 것이지, 저 두 사람 때문에 있고
싶지 않았다고도 하셨네요.
늘 다투면서 나와야지 생각했고
나오기 전에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들으면서 수상해서
녹음을 하신 것이라고 하셨고요.
저는 내용을 제 휴대전화로
보내달라고 말씀드렸고
집으로 와서 남편한테
그 내용을 들려줬습니다.
"당신 형과 어머님의 대화 내용이야.
이모 님이 떠나시면서 주신 거라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하실 수가 있어?
요즘 갑자기 나를 불러
일을 시킨다 생각했어.
갑자기 왜 저러시지 생각하면서도
어머님이 아프다고 하시니까 갔어.
임신 중이라 몸조심해야 한다고
말씀드려도 옛날엔 시어머니가
시키면 임신이고 뭐고
다 했다고 하시면서,
임신이 뭐 벼슬이냐 오히려
더 시킬 때 알아봐야 했어.
많이 수상했고 평소 답지 않다고
느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거야.
시조카 둘 키우게 하려고
우리 아이를 유산시키려고
힘든 일을 시켜?
당신! 이제 나한테 뭐라고 할 거야?"
"미안하다, 형도 엄마도 늘
괴팍하고 자신들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마음에 안 들었지만
조카들 생각해서 도와주고 싶었고,
당신한테 미안하면서도
형 생각해서 참은 건데,
내가 잘못 생각했네.
우리가 안 키운다고 하면
아마 고아원에 보낼 생각인 것 같아.
할 말이 없다.
당신은 이제 우리 집에 가지 마.
형이랑도 통화하지 말고.
아니다 아예 전화번호 지워.
내가 가서 마무리 짓고 올게.
당신은 몸 조심해."
남편이 처음으로 이를 악물고
화를 내면서 시댁에 갔다 오겠다고
하면서 집을 나갔습니다.
평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화를 안 내는 사람이라
서운한 게 많았는데,
유산시키겠다는 시어머니와
아주버님의 대화 내용에는
많이 화를 냈고 곧장
시댁으로 달려갔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 돌아온 남편은
잘 해결했으니 걱정 말라고 하면서,
앞으로 시댁에 안 가기로 했으니
우리 이사하자고 하더군요.
슬픈 얼굴의 남편 모습에
더 이상 묻지를 못했습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얼굴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형 재혼하기로 한 여자가
초혼이라 아이 낳을 거래.
임신했대.
그래서 서두르는 거야.
이모 님이 임신이라는
말은 못 들으신 거지.
엄마가 그래서 좋아하는 거고.
그 여자 집안이 괜찮대.
돈 많다고 하니까 먼저 형수와
처지가 다르니까
놓치고 싶지 않은 거지.
엄마한테 녹음 들려드렸고
다신 집에 안 간다고 했어.
엄마는 사람도 죽일 것
같다고 무섭다고 했어.
그런 잔인한 분인 줄 몰랐다고 말이야.
엄마는 그냥 걱정에 해본
말이라고 하시는데,
그럼 형만 중요하고 우리는
안 중요하시냐 따졌어.
앞으로 의미 없는 나는
안 가겠다고 했어.
당신도 그렇게 알고 이사 준비해.
떨어져 지내면 괜찮을 거야.
당신 많이 놀랐을 텐데
당분간 친정에 가서 지내는 게 어때?
이사 준비는 내가 할게."
"그래 줄 수 있어?
그럼 친정에서 지낼게.
어머님 찾아오실 것 같아
겁이 나긴 해.
당신 많이 속상할 텐데....
너무 마음 두지 마.
이사하고 조금 거리 두고
지내면 괜찮을 거야.
두 분이 그랬다는 게
너무 실망이고 화가 나지만,
속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저는 짐 가방을 챙겨
친정으로 갔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
말씀드렸더니
화를 많이 내셨습니다.
데려다준 남편이 많이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고요.
엄마가 괜찮다고 이해한다고
하시면서 남편 등을
토닥거려 주시더군요.
저는 친정에서 당분간
지내기로 했고 남편은
이사 준비하겠다고
하면서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부터 시어머니의
전화가 종일 불이 났지만
차단하고 받지 않았네요.
아주버님 부재중 전화도
여러 통이었고요.
남편이 전화했는데
시댁이 발칵 뒤집혔다고 하면서,
시아버지가 알게 되셨고
화를 많이 내셨다고 했습니다.
땅 판돈도 줄 생각 없고
알아서 하라고 하셨더군요.
재혼도 관심 없고 큰아들 일이니
혼자 스스로 해결하라고 하신 후
시댁에 올 생각 말라고 하신 것 같았네요.
시어머니도 쫓겨나기 싫으면
조용히 지내라고 들으셨고,
아무 말도 못 하고 숨만 쉬고 계신다고
남편이 말해줘서 알았습니다.
아주버님은 재혼은 하셨어요.
그 여자가 임신을 했기 때문에
재혼은 진행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시댁과 먼 곳에 아파트를 얻어
이사를 했다고 들었고,
두 아이는 어머니도 못 돌본다고 해서
아주버님이 처가에 찾아가
애들 엄마 찾아서 키우라고 하면서
무조건 맡기고 왔다고 하더군요.
양육비는 보내겠다고 일부
돈을 드리고 왔다고 했고요.
두 손자를 본 사돈은 아이들을
내칠 수 없으니 맡아서 키우겠다고
다시 돌려 달라고나 하지
말라고 하셨나 봅니다.
두 시조카의 앞날이 걱정되었지만
제가 더는 해 줄 일이 없어서
마음이 많이 좋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니가 다 제 탓이라며
문자를 계속 보내셨습니다.
전화번호 차단한 걸 아시고
다른 번호로 보내셨는데,
그것도 차단해 버렸네요.
친정집을 몰라 안 찾아오시긴 하는데
아시면 찾아오실 분이라,
일절 연락도 왕래도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잠적한 시댁 전 형님 소식을
우연히 지인을 통해 듣긴 했는데,
자세히는 모르고 어떤 남자와
동거하면서 식당 일을 하고 있다고
전해 듣긴 했습니다.
멀리 가서 산다고 하니
다시 볼 일은 없을 것 같네요.
두 아이가 친정에 와서 산다는 말에도
단 한 번도 가서 만나지 않았다고 하니,
두 아이만 불쌍한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떠난 형님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생한 생각을 하면
많이 밉고 화도 나네요.
잘 산다니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자식들이 무슨 죄인가요,
자식들이라도 좀 찾아가서
챙기고 살면 하네요.
저는 이제 배가 불러오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아이 낳고 잘 살겠습니다.
이사 후 시댁과 왕래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게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 사람이 어긋나면 주변 모두
힘이 드는 것 같네요.
이별할 거라면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은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준비 없는 이별은
모두에게 고통입니다.
이별 그 자체만으로
다 힘든데 말이지요.
제 사연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